'본인의 취향'에 해당되는 글 65

  1. 2003.10.13 아세트아미노펜 500mg + 카페인 65mg :: '펜잘'
  2. 2003.10.08 아스피린 두 알만 먹으면 잊을 수 있다
  3. 2003.09.02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 파울로 코엘료
  4. 2003.09.02 September Haruki
  5. 2003.08.18 100%의 여자아이를 만나는 일에 관하여 - 하루키
  6. 2003.08.12 [시] 나는 당신을 사랑했어 - 푸쉬킨
  7. 2003.08.12 [시] 가장 높은 탑의 노래 1 - 랭보
  8. 2003.06.21 Borderline Personality
  9. 2003.05.17 my favorite property, Little Suzy's Zoo
  10. 2003.04.16 ABO의 세계

아세트아미노펜 500mg + 카페인 65mg :: '펜잘'

종근당, 진통제 대명사 '펜잘'
[속보, 경제, 증권] 2003년 10월 13일 (월) 09:27

[머니투데이] [제약특집] 종근당(대표 김정우) '펜잘'은 진통제 시장에서 강력한 브랜드 인지도를 자랑하며 20년 장수의약품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펜잘'은 기존 두통치료제가 갖고 있는 단순한 진통효과에 비해 보다 강력하고 신속한 진통효과가 있다. 특히 테아놀이 함유돼 있어 정신신경기능을 개선시켜줌으로써 복잡한 머리, 정신 집중이 안되는 두통, 생활의 스트레스에 의한 주기적 두통, 기억력 감퇴를 동반한 두통 등 여러 증상에 신속한 개선효과를 보이는 장점이 있다.
 지난 84년 발매된 ‘펜잘’은 독특한 컨셉의 광고와 끊임없이 새로운 수요처를 개발하기 위해 마케팅에 모든 역량을 결집시키면서 ‘펜잘’은 관련 시장에서 절대적인 인지도를 구축해 놓고 있다.

 펜잘은 그동안 출시이후 14억5400정을 팔았고 지난해 9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특히 올해는 지난 5월에 출시한 신제품 '펜잘에스'정과 함께 약15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계획이다.

 펜잘에스정은 해열, 진통작용이 있는 아세트아미노펜 500mg에 카페인 65mg이 첨가된 국내 유일의 복합 처방으로, 이는 미국에서는 강력한 진통제로 널리 쓰이는 처방이다. 카페인은 아세트아미노펜의 생체이용률을 향상시켜 진통효과를 증강 시킴으로써 동일한 함량의 아세트아미노펜 제제 복용시 카페인이 처방된 복합제제가 기존의 단일제제보다 진통효과를 40%나 상승시킨다.

 펜잘에스정은 기존의 두통약으로는 좀처럼 통증이 제거되지 않는 두통, 매월 주기적으로 또는 간헐적으로 이유 없이 통증이 나타나는 두통, 만성적인 두통 등 고질적인 두통 환자들에게 효과가 뛰어난 강력한 두통약이다. 특히 기존의 두통약에서 흔히 나타나는 속쓰림이 없고 발열, 발적 등의 부작용이 거의 없는 안전한 약물이다.

< 저작권자 ⓒ머니투데이(경제신문) >






-흠, 과연 대단하군. 아세트아미노펜에 카페인까지 첨가하였다니.
그동안 몰라서 실감할 수 없었으나 굉장한 효력을 짐작할 수 있다.

한가지, 500 : 65라는 비율이 그냥 있는 게 아니다. 마법사 약물 만들기 수업처럼 잘못하면 실험실을 홀랑 태워먹을 수 있는 것이 바로 화학물의 비율이라는 것이다.
실례는 경험에서 찾을 수 있다. 고등학교때 자판기 블랙커피와 펜잘을 같이 먹었다가 죽을 뻔 하였다는;;
주의.

아스피린 두 알만 먹으면 잊을 수 있다

처음에 나는 당신을 갖고 싶어하지 않았고 당신의 전화번호를 알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모든 것이 달라졌다.

내 이름은 한나 K. 집은 주택단지 26블럭에 있다. 72번지다.
봄날 저녁이었다. 비가 왔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시간은 많이 흘렀다.
당신의 집으로 가는 길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흰 벚나무들이 서 있었다.
당신의 집은 27블럭이 시작되는 곳에 있다. 검은 자동차 보닛 위에 젖은 벚꽃의 흰 비가 내렸다.
내가 당신을 만나기 시작하자 내 친구들은 모두 그만두라고 말했다.
당신의 친구들도 만일 알았다면 ,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처음에 나는 당신을 갖고 싶어하지 않았고 당신의 전화번호를 알고 싶어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모든 것이 달라졌다.
그래서 세번째 만나는 날 당신은 나에게 말했다. 한나, 우리는 너무 많이 만났으니 이제 헤어지자.
나는 좋다고 했다. 주전자에서 차가 끓었다. 뜨거운 차에 밀크를 타면서나는 다시 한번 더 말했다.
그래요. 좋아요. 이제 다시는 이곳에 오지 않겠어요.
다른 남자를 만나면 되지 뭐. 괜찮을 거야. 이런 일은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니까요.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당신의 집을 떠나 벚나무의 거리를 걸어오면서 나는 마음이 아팠다.
아, 안돼. 그건 안돼. 절대로 안돼. 시작하면 안돼.
아무리 밤의 벚꽃이 아름다워도 안돼. 곧 사라지고 말거야.
모두들 그만두라고 말했다.

나, 당신을 좋아하나봐. 헤어질 수 없어요.
그런 감정은 이제 곧 사라진다. 아스피린을 두 알 먹고 푹 자면 내 말이 옳았다는 것을 알게 될 거야.

밤의 벚꽃 거리를 달려 당신의 집 창가에 선다. 밤의 벚꽃 거리를 달려 당신의 집 창가에 선다.
주먹을 쥐고 창문을 두드린다. 집 안에서는 아무 반응도 없다.
페이브먼트에 내리는 빗물소리와 집 안의 텔레비전 축구 중계와 가스대 위에서 끓고 있는 주전자 소리 때문인가? 아프게 두드린다.
마침내 당신이 나와 창문을 연다. 왜? 왜? 왜? 한나, 우리는 이제 만나지 않기로 약속했잖아. 말을 잘 들어야지, 그렇지?
미안해요, 난 젖었어요. 집 안으로 들어가면 안될까요?
당신은 타월을 가져다주고 차를 끓여주고 친절하다. 그리고 텔레비전 앞으로 가 앉으면서 말한다.
일본과의 축구 결승전인데 난 이 경기를 놓칠 수 없어.
나, 당신을 좋아하나봐.
이봐, 한국이 형편없이 지고 있어. 뛰는 게 아니라 차라리 절름거리고 있군.
헤어질 수 없어요.
우리는 겨우 1백m 떨어진 곳에서 살고 있을 뿐이야. 그런데 어떻게 계속할수가 있나?
불편하면 내가 멀리 떠나겠어요. 하지만 당신을 잊지는 못하겠어요.
한나, 넌 아직 어리다. 그런 감정은 이제 곧 사라진다. 아스피린을 두 알먹고 푹 자고나면 내 말이 옳았다는 것을 알게 될 거야.
넌 곧 다른 남자를 만나게 될 거고 그 사람이 운명이라고 생각할 거야.

나는 이제 그것을 안다. 어떤 일이 정말로 끝날 때 눈물은 나오지 않고 어두운 밤의 박쥐는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을...

혹시 내가 자살하지 않았나 걱정이 되서 그 이후 당신은 나에게 한 번 전화했다.
하이, 잘 지내고 있겠지? 하고 물었다.
물론 잘 지내고 있어요. 축구는 어떻게 되었나요?
연패했어. 우울하군. 기분 전환이 필요해 여행을 떠나려고 하는 중이지.
넌 어떤가.
음. 새 블라우스와 화분을 샀어요.
Good. 즐겁게 지내도록. 새 남자친구도 만나도록 해.
그럴 생각이죠.
고양이 먹이를 사 가지고 오면서 길을 건너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당신은 나에게 마지막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아직도 사람은 짐승의 모습이 남아 있기에 본능이 가르쳐 주는 것이다. 나는 이제 그것을 안다.
어떤 일이 시작될 때 섬광이 없으며 어떤 일이 정말로 끝날 때 눈물은 나오지 않고 어두운 밤의 박쥐는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을. 당신은 현존 하지 않고 동굴의 환영으로만 있다.
그래서 격렬한 고통도 없이 나는 오래오래 아프다...


-아스피린 두 알만 먹으면 잊을 수 있다, 배수아, <철수> 中에서







++


각성엔 커피, 영양보충엔 우유. 피로엔 신맛 과일, 두통엔 타이레놀.
-그간 경험으로 만들어진 꽤 쓸만한 자구치료제 리스트다.  

그리고 배수아을 읽고 발견한 아스피린. 아스피린 두 알.
(아무리 만병통치 진통해열제라지만 아픈 마음까지?)
아니, 믿기 시작하면 효능도 올 것이다.
인간의 몸이란, 그리고 마음이란 그런 것이니까.

그러나, 잊는다해서 행복해질런지는. 그건 잘 모르겠다.


(아픈 일이든 힘든 일이든, 뭔가 자극적인 것이 필요하다. 젠장.)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 파울로 코엘료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파울로 코엘료 (문학동네,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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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살아있어. 이제 모든 게 다시 시작되는 거야. 내가 완전히 정상이라는 걸 그들이 확인할 때까지. 난 당분간 이곳에서 지내야 할 거야. 때가 되면 퇴원허가서를 발부해줄 테까지.

그럼 난 류블랴나의 거리들, 원형광장, 다리들, 일터를 오가는 행인들을 다시 보게 되겠지. …사람들은 언제나 -오로지 우월감을 맛보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려는 성향이 있으니까. 도서관의 일자리도 내게 되돌려주겠지. 시간이 지나면, 나는 다시 똑같은 바, 똑같은 나이트클럽에 드나들 거야. 친구들과 세상의 불의와 문제점에 대해 토론도 벌이고, 호수 주변을 산책하기도 하겠지.

알약을 선택한 덕분에, 내게 자살의 흔적은 남지 않았어. 난 여전히 젊고, 예쁘고, 총명해.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난 쉽게 남자들을 사귈 수 있을 거야. 남자의 집이나 숲속에서 사랑을 나누겠지. 어느 정도 쾌락을 맛볼 순 있을 거야. 하지만 오르가슴이 지나가고 나면 공허감이 밀려오겠지. 우리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질 거고, 그나 나나 핑계거리를 -“늦었군”. 혹은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해” 같은- 내세울 시간이 되었다는 걸 알게 되겠지. 우리는 서로의 눈길을 피하면서 될 수 있는 대로 서둘러 헤어질 거야.

수녀원의 내 방으로 돌아가게 되겠지. 나는 책을 읽으려고 애쓰거나, 텔레비전을 켜고 매번 똑같은 프로그램을 볼 거야. 전 날과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기 위해 자명종을 맞추겠지. 도서관에서는 내게 맡겨진 일들을 기계적으로 반복할 거야. 난 극장 맞은편 공원에서 샌드위치를 먹을거야. 언제나 똑같은 벤치에 앉아서. 역시 점심을 먹으려고 똑같은 벤치를 택해 앉는 여자들, 시선은 언제나 텅 비어 있지만 뭔가 엄청나게 중요한 일에 몰두하는 척하는 다른 여자들 곁에서.

난 다시 일터로 돌아가겠지. 난 누가 누구와 데이트를 했고, 누가 무슨 일로 괴로워하고 있고, 아무개씨가 남편 때문에 울어 눈이 퉁퉁 부었다는 등의 험담에 귀를 기울이겠지. 나는 내가 특권을 누리는 여자라는 자부심을 갖게 될 거야. 예쁘고, 안정된 직업이 있고, 원하면 언제든 남자를 유혹할 수 있으니까. 퇴근 후면 다시 술집들을 전전할 거야. 그리고는 모든 게 다시 시작되겠지.

내 자살 시도 때문에 불안해 미칠 지경이었을 엄마는 조금씩 공포에서 벗어나,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건지, 결국 따지고 보면 산다는 게 내가 생각하는 것 만큼 그렇게 복잡한 것도 아닌데 왜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살아가지 못하느냐고 계속해서 물어대겠지. “날 좀 봐라. 네 아빠와 오래 전에 결혼해서 가능한 한 최고의 본보기가 되려고, 너한테 최고의 교육을 시키려고 애썼잖니.”

엄마가 매번 늘어놓는 똑같은 잔소리에 지쳐서, 그리고 엄마를 기쁘게 해주려는 마음에, 어느 날 난 사랑하는 한 남자와 마지못해 결혼을 하게 되겠지. 우리의 미래, 우리의 시골별장, 우리의 아이들 그리고 아이들의 미래를 함께 꿈꾸면서 말이야.

결혼 첫해에는 자주 사랑을 나누겠지. 두 번째 해에는조금 시들해질테고, 그렇게 이 년이 지나면 아마 보름에 한 번씩 섹스를 생각하고 한 달에 한 번 실행에 옮기게 될 거야. 상황이 더 나빠지면 우린 서로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거야. 난 그 상황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면서 내게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될거야 -난 더 이상 그의 관심을 끌지 못할 때니까. 나는 아랑곳 않고 끊임없이 그는 자기 친구들에 대해, 마치 그들이 그의 진정한 세계라도 되는 양 떠들어댈 테니까.

우리의 결혼 생활이 아슬아슬한 지경에 이를 때쯤, 난 임신을 하게 될 거야. 우리에게 아이가 생기면 한동안은 서로 더 가깝게 지내겠지. 하지만 상황은 곧 예전 상태로 되돌아가고 말 거야.  

그때쯤이면, 난 어제 -또는 그저께, 분명히 알 수가 없다- 얘기를 들었던 그 간호사의 숙모처럼 몸이 불기 시작할 거야. 다이어트를 시도하겠지만 매일, 매주,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불어나는 체중에 난 두  손을 들고 말거야. 그리고는 우울증에 바지지 않게 해주는 그 마법의 약에 손을 대기 시작하겠지.

마지못해 서둘러 치른 관계를 통해 애도 한둘쯤은 더 생길 거야. 난 모두에게 말하겠지. 아이들 때문에 산다고. 실제로도 아이들 때문에 살 수 밖에 없을 테고.
사람들은 우리를 여전히 행복한 부부로 여기겠지. 하지만 그 행복의 겉껍질 안에 숨겨진 고독, 회한, 체념은 아무도 모를 거야.

어느 날, 나는 남편에게 여자가 생긴 걸 눈치채고 간호사의 숙모처럼 한바탕 소란을 피우거나 또다시 자살을 생각하겠지. 하지만 그때쯤이면 난 늙고 비겁해져 있을 거고, 날 필요로 하는 두세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을 거야. 아이들을 키워 자리잡게 하기 전에는 난 모든 것을 내동댕이치치 못하겠지. 그래, 난 자살하지 못할 거야. 기껏해야 소란을 피우며 아이들을 데리고 떠나겠다고 위협하겠지. 그러면 그는, 모든 다른 남자들처럼 한발 물러설 거야. 나를 사랑한다고,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거라고 다짐하겠지. 그는 추호도 생각지 못할 거야. 내가 진짜 떠나기로 결심하다라고, 행복해질 수 있는 유일한 기회를 놓쳤다며, 자잘한 결점은 있어도 그만한 남편이 어디 있고 또 애들의 상처는 얼마나 크겠느냐며, 엄마가 하루 종일 늘어놓는 한탄조의 잔소리를 들으며 부모 집에서 여생을 보내는 것 외에 내겐 달리 선택할 길이 없다는 것을.

이 삼년이 지나면, 남편에게 또 다른 여자가 나타날 거야. 나는 또 다시 그 사실을 알게 되겠지 -내가 직접 목격하거나 누군가의 고자질을 통해- . 하지만 이번엔 난 모르는 척하게 될거야. 첫 여자가 나타났을 대 온힘을 다해 싸웠는데도 아무것도 건진 게 없다면 차라리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가하게 될거야. 엄마가 옳았다고 말이지.

그는 여전히 자상한 남편일거야. 나도 계속 도서관에 나가 일을 하겠지. 극장 앞 광장에서 샌드위치를 먹고, 끝까지 읽지 못할 책들을 붙들고 씨름을 하고, 10년, 20년, 50년이 지나도 똑같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겠지. 단, 샌드위치를 삼킬 때마다 죄책감에 시달릴 거야. 계속 몸이 불 테니까. 남편은 내가 아이들을 돌봐주기를 바랄 테니 술집에도 더 이상 갈 수 없을 거야.

그때쯤이면, 난 행동에 옮길 용기는 내지 못한 채 하루 종일 자살을 생각하며 아이들이 다 클 때까지 기다려야만 할 거야. 어느 날 나는 산다는 게 다 그런 거라는, 삶은 아무 것에도 이르지 못한다는, 아무런 변화도 없을 거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될 거야. 그리고는 삶에 적응해가겠지.‘


베로니카는 마음속 독백을 끝내고 한 가지 다짐을 했다. 살아서 빌레트를 나서지 않으리라. 아직 죽을 용기와 힘이 있는 동안, 빨리 끝내는 편이 나았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파울로 코엘료 저. p. 32~36에서




++ 하- 이쯤되면 자살해야지. 암.
슬로베니아처럼 멀고 이질적인 곳에서도
사람 사는 게 이토록 똑같다니 충격이다.

그나저나, 자살 외엔 방법이 없나? ...결혼을 안 하는 건 어떨까.

'그래봤자 달라질 건 없어..'로 시작하는 베로니카식 긴 독백이 나오려해서 그만 쓸란다.

September Haruki

누구나 다 한때는 냉담하게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에 마음 속의 생각을 절반만 입 밖으로 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유는 잊어버렸지만 나는 몇 년 동안 그걸 실행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나는 나 자신이 생각의 절반밖에 얘기하지 못하는 인간이 되어 버린 사실을 발견했다.
그것이 냉담한 것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1년 내내 서리제거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구식 냉장고를 쿨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나도 그렇다.



버스를 거꾸로 타고, 잘못된 길에 들고, 우회전했어야 할 사거리을 지나쳐버리고. -길을 걷다가 곧잘 정신이 나가버리는 것은 부적절한 순간에 갑자기 '이런 따위' 문장이 머리 속에 들이닥치기 때문이다.

주의!
비가 미친 듯이 오는, 게다가 20분쯤 지각이 예상되는 출근길에서는 정신을 '사무실 무사 도착'에만 집중할 것. 이유는 물웅덩이를 이리저리 피해다니면서 평소 스피드 이상을 내야하기 때문.

그러나 사정이 이러하다고 해서, 희박한 '의식'이 박약한 '의지'를 따라줄 리가 있나.

9월 들어 날씨를 비롯한 모든 것들이 싸늘하게 식었다.
아침에 내린 비는 정말이지 차가웠다. 나는 으슬으슬 어깨를 떨면서 물웅덩이를 피해 껑충껑충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8월 마지막 주에 읽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와 '1973년 핀볼'의 문장들이 생각나서 웅덩이 피하는 일을 관뒀다. 걸음도 점점 느려졌다.


-사람들은 누구나 썩어가는 거 같아.
-썩어가는 데는 여러 가지 형태가 있겠지. 그러나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있어서 그 선택의 수는 굉장히 한정되어 있는 것 같아. 기껏해야 ...두 세가지 정도.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어. 어짜피 썩는 거 아니냐구. 그리고 이렇게 생각했지. 어떤 진보도 어떤 변화도 결국은 붕괴의 과정에 불과하다고 말이야. (..) 그래서 나는 신바람이 나서 無를 향하려는 인간들에게 한 조각의 애정도 호의도 가질 수가 없어.



대중에게 사랑받는 작가의 글을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좋아하지 않는다는 표현은 틀렸다. 좋아하지 않는다기 보다 멀리하게 된다. 이유를 오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어줍지 않은 내 수준을 높여부르고 싶어서가 아니다.
기성복같은 일상과 학습, 매스컴만 해도 충분한 데, 남들 다 읽는 책까지 읽으면 머리 속 구석구석까지 똑같아질까봐 두려워서다. 누구나 알고 누구나 공감하는 얘기는 재미가 없다. 설사 달라봤자 거기에서 거기라고 하더라도.
말하고 싶은 것은, 멀리하려 했으되 좋아하는 작가가 하루키라는 것이다. 내 멋대로 만든 범주로 하루키는 '이상-박일문 계보'에 든다. 문체는 시니컬하고 냉냉하고 경쾌하다. 태도는 담담하고 비타협적이고 자조적이며 가볍다. 그러나 (많은 훌륭한 소설들이 그러하듯이) 정반대로도 읽힌다. 이들 소설은 예민하고 뜨겁고 아프고 쓸쓸하고 흔들거리고 자의식 과잉이고 어둡고 무겁다.
한편으로, '소설의 미덕을 차용하고 있는 수필'이라고 나는 내 맘대로 생각한다.


스물 여덟 가을을 잊어먹고 있던 하루키로 시작하는게
어떤 의미인지 모를 일이지만,
걱정도 되지만,
어찌되었건 하루키식 농담이란 참 유쾌하니, 그것으로 됐다.


-많은 것이 완전히 변해 버렸어. 당신이 있던 오락실 자리에는 심야 영업을 하는 도넛 가게가 생겼구, 그 곳은 굉장히 맛없는 커피를 내놓지.
-그렇게 맛이 없어요?
-동물 영화에서 죽어가던 얼룩말이 꼭 그런 색깔의 흙탕물을 마시고 있었다구!


푸핫.

100%의 여자아이를 만나는 일에 관하여 - 하루키

4월의 어느 해맑은 아침, 100%의 여자아이를 만나는 일에 관하여.

[무라카미 하루키]



100퍼센트의 상대자를 원하며,
상대자의 100퍼센트가 된다는 것은
그 얼마나 멋진 일인가.

4월의 어느 해맑은 아침, 하라주쿠의 뒤안길에서 나는 100퍼센트의 여자아이와 엇갈린다.솔직히 말해 그다지 예쁜 여자아이는 아니다. 눈에 띄는 데가 있는 것도 아니다. 멋진 옷을 입고 있는 것도 아니다. 머리카락 뒤쪽에는 나쁜 잠버릇이 끈질기게 달라붙어 있고, 나이도 적지 않다. 벌써 서른살에 가까울 테니까. 엄밀히 말하면 여자아이라고도 할 수도 없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50미터 떨어진 곳에서 부터 그녀를 알아볼 정도다. 그녀는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여자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모습을 목격하는 순간부터 내 가슴은 땅울림처럼 떨리고, 입안은 사막처럼 바싹 말라 버린다.

어쩌면 당신에게도 좋아하는 여자아이 타입이라는 것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가령, 발목이 가느다란 여자아이가 좋다든지, 역시 눈이 큰 여자아이라든지, 손가락이 절대적으로 예쁜 여자아이라든지, 잘은 모르겠지만 천천히 식사하는 여자아이에게 끌린다든지와 같은 식의. 나에게도 물론 그런 기호는 있다.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다가, 옆 테이블에 앉은 여자아이의 코 모양에 반해 넋을 잃기도 한다. 그러나 100퍼센트의 여자아이를 유형화하는 일은 아무도 할 수가 없다. 그녀의 코가 어떻게 생겼었나 하는 따위는 전혀 떠올릴 수가 없다. 아니, 코가 있었는지 어땠는지조차 제대로 기억할 수 없다. 내가 지금 기억할 수 있는 것은, 그녀가 그다지 미인이 아니였다는 사실뿐이다. 왠지 조금 이상하기도 하다.

「어제 100퍼센트의 여자아이와 길에서 엇갈렸단 말이야」하고 나는 누군가에게 말한다.
「흠, 미인이었어?」라고 그가 묻는다.
「아니야, 그렇진 않아.」
「그럼, 좋아하는 타입이었겠군.」
「글쎄, 생각나지 않아. 눈이 어떻게 생겼는지, 가슴이 큰지 작은지, 전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겠다구.」
「이상한 일이군.」
「이상한 일이야.」
「그래서, 무슨 짓을 했나? 말은 건다든가, 뒤를 밟는다든가 말야.」
「하긴 뭘 해, 그저 엇갈렸을 뿐이야.」

그녀는 동에서 서로, 나는 서에서 동으로 걷고 있었다. 제법 기분이 좋은 4월의 아침이다. 비록 30분이라도 좋으니 그녀와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녀의 신상 이야기를 듣고도 싶고, 나의 신상 이야기를 털어놓고도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1981년 4월 어느 해맑은 아침에, 우리가 하라주쿠의 뒤안길에서 엇갈리기에 이른 운명의 경위 같은 것을 밝혀 보고 싶다. 거기에는 틀림없이 평화로운 시대의 낡은 기계처럼, 따스한 비밀이 가득할 것이다. 우리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난 후 어딘가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우디 알렌의 영화라도 보며, 호텔 바에 들러 칵테일이나 뭔가를 마신다. 잘만 하면, 그 뒤에 그녀와 자게 될지도 모른다. 가능성이 내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나와 그녀 사이 거리는 벌써 15미터 가량으로 좁혀졌다. 자, 도대체 어떤 식으로 그녀에게 말을 걸면 좋을까?

「안녕하세요. 단 30분만, 저와 이야기를 나누지 않겠습니까?」

이건 너무나 바보스럽다. 마치 보험 권유 같지 않은가.

「미안합니다. 이 근처에 혹시 24시간 영업 세탁소가 없는지요.」

이 역시 같은 정도로 바보스럽다. 무엇보다도 내 손에 세탁물 주머니조차 없지 않은가. 누가 그런 대사를 신용하겠는가?
어쩌면 솔직하게 말을 꺼내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안녕하세요. 당신은 나에게 100퍼센트의 여자아이란 말입니다.」

아니, 틀렸어. 그녀는 아마도 나와 얘기하고 싶어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당신에게 있어서 내가 100퍼센트의 여자라 하더라도, 나에게 있어 당신은 100퍼센트의 남자는 아닌걸요, 죄송하지만」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만약 사태가 그렇게 되면 나는 틀림없이 혼란에 빠질 것이다. 나는 그 쇼크에서 두 번 다시 회복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내 나이 벌써 서른 두살, 결국 나이를 먹는다는 건 그런 것이 아닐까.

꽃가게 앞에서, 나는 그녀와 엇갈리게 된다. 따스하고 조그마한 공기 덩어리가 피부에 와닿는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 위에는 물이 뿌려져 있고, 언저리에서는 장미꽃 향기가 풍기고 있다. 나는 그녀에게 말을 걸 수도 없다. 흰 스웨터를 입은 그녀는 아직 우표를 붙이지 않은 흰 사각 봉투를 오른손에 들고 있다. 그녀는 누군가에게 편지를 쓴 것이다. 그녀의 눈이 졸린 듯한 것으로 봐서, 어쩌면 하룻밤 동안 그것을 썼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사각 봉투 속에는 그녀에 관한 비밀이 전부 들어 있는지도 모른다. 몇 걸음인가 걷고 나서 뒤돌아보았을 때, 그녀의 모습은 이미 혼잡한 사람들 사이로 사라지고 없었다.

옛날 옛적에, 어느 곳에 소년과 소녀가 있었다. 소년은 열 여덟 살이었고, 소녀는 열여섯 살이었다. 그다지 잘생긴 소년도 아니었고, 그다지 예쁜 소녀도 아니었다. 어디에나 있는 외롭고 평범한 소년과 소녀였다. 하지만 그들은 틀림없이 이 세상 어딘가에 100퍼센트 자신과 똑같은 소녀와 소년이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렇게, 그들은 '기적'을 믿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기적은 확실히 일어났다. 어느 날 두 사람은 거리 모퉁이에서 딱 마주치게 된다.

「놀라워, 난 줄곧 너를 찾아다녔단 말야. 네가 믿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넌 네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여자아이란 말이야」하고 소년이 소녀에게 말한다.

「너야말로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남자아이야. 모든 것이 모두 내가 상상했던 그대로야. 꼭 꿈만 같아.」

두 사람은 공원 벤치에 않아서, 서로의 손을 잡고 언제까지나 실컷 얘기를 나눈다. 두 사람은 이미 고독하지 않다. 그들은 각기 100퍼센트의 상대자를 원하며, 자신은 그 상대자의 100퍼센트가 되고 있다. 100퍼센트의 상대자를 원하며, 상대자의 100퍼센트가 된다는 것은 그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것은 이미 우주적인 기적인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마음속을 얼마 안되는, 극히 얼마 안되는 의구심이 파고든다. 이처럼 간단하게 꿈이 실현되어 버려도 괜찮은 것일까 하는…….

대화가 문득 끊어졌을 때, 소년이 말한다.

「이봐, 다시 한 번만 시도해 보자. 가령 우리 두 사람이 진정한 100퍼센트의 연인이라고 하면, 반드시 언제 어디선가 다시 만나게 될 거야. 그리고 이 다음에 다시 만났을 때도 역시 서로가 서로의 100퍼센트라면, 그때 바로 결혼하자구. 알겠니?」
「응, 알았어.」

그리고 두 사람은 헤어졌다. 서쪽과 동쪽으로, 그러나 사실을 말하자면, 시도해 볼 필요는 조금도 없었다. 그런 것은 해서는 안될 일이었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진정 100퍼센트 완벽한 연인이었으니까. 그것은 기적적인 사건이었으니까. 하지만 두 사람은 너무나 어려서, 그런 것은 이해할 수조차 없었다. 그리고 정석처럼 비정한 운명의 파도가 두 사람을 마구 농락하기에 이른다. 어느해 겨울, 두 사람은 그해에 유행한 악성 인플루엔자에 걸려, 몇 주일간이나 사경을 해멘 끝에, 옛날 기억들은 몽땅 잃고 말았던 것이다. 어찌된 일일까. 그들이 깨어났을 때 그들의 머리 속은 마치 D. H. 로렌스의 소년 시절 저금통처럼 완전히 텅 비어 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참을성 있는 소년과 소녀였기 때문에, 노력하고 또 노력해서 다시금 새로운 지식과 감정을 터득하여, 훌륭히 사회에 복귀할 수 있었다. 아아 하느님, 그들은 진정 확고한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정확하게 지하철을 갈아타거나 우체국에서 속달을 부치거나 할 수도 있게 되었다. 그리고 완벽하지는 못해도 75퍼센트의 연애랑, 85퍼센트의 연애를 경험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4월의 어느 해맑은 아침, 소년은 모닝 커피를 마시기 위해 하라주쿠의 뒤안길을 서쪽에서 동쪽으로 향하고, 소녀는 속달용 우표를 사기 위해 똑같은 길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향한다. 두 사람은 길 한복판에서 엇갈린다. 잃어버린 기억의 희미한 빛이 두 사람의 마음을 한순간 비춘다. 그들의 가슴은 떨린다. 그리고 그들은 안다.

그녀는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여자아이란 말이다.
그는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남자아이야.

그러나 그들이 간직하고 있는 기억의 빛은 너무 연약하고, 그들의 언어는 이제 14년 전만큼 맑지 않다. 두 사람은 그냥 말없이 엇갈려, 혼잡한 사람들 사이로 사라지고 만다. 영원히.  

[시] 나는 당신을 사랑했어 - 푸쉬킨

나는 당신을 사랑했어 - 푸쉬킨

나는 당신을 사랑했어
나의 영혼 속에 아마도
사랑은 여전히 불타고 있을 거야
하지만 나의 사랑은
이제 당신을 괴롭히지 않을 거야
어떻게 하든 당신을
슬프게 하고 싶지 않아
침묵으로, 희망도 없이
나는 당신을 사랑했어
때로는 두려움, 때로는 질투로
괴로워하면서도
나는 신이 당신으로 하여금
타인의 사랑을 받게 만든 그대로
진심으로, 부드럽게
당신을 사랑했어



ㅡ 아. 굉장히 슬퍼서.

[시] 가장 높은 탑의 노래 1 - 랭보

가장 높은 탑의 노래 1

속박되어 꼼짝 못하는
한가로운 청춘,
자질구레한 걱정 탓으로
내 인생을 망쳐버렸네.
아- 내 마음이 열중할 수 있는
그런 시대가 오게 해다오.  

나는 생각한다. : 좋아,
그대와 만나지 않을지라도,
그대와 얘기하는 더없는 기쁨의
약속 따윈 이제 아무래도 좋아.
당당한 은퇴를 그대가
멈추게 하여 주기를 바라네.  

언제까지나 내가 꾸었던 헛된 꿈을
그토록 참고 견디었나
공포도 고통도 하늘높이 날아가 버렸네.
그런데 불쾌한 갈증이
내 혈관을 어둡게 하고 있구나.  

평원이 버려진 채로 커지고,
향과 강아지풀을 피우는 것처럼
수많은 불결한 파리떼가
잔인한 소리를 낸다.  

아아! 그토록 가여운 영혼
말할 수 없는 홀아비 생활
그것을 오직 노트르담 교회의
모습이구나.
성모 마리아에게
간구하는 것인가?  

속박되어 꼼짝 못하는
한가로운 청춘,
자질구레한 걱정 탓으로
내 인생을 망쳐버렸네.
아- 내 마음이 열중할 수 있는
그런 시대가 오게 해다오.  


아르튀르 랭보, [새로운 시와 노래] 中에서

Borderline Personality

경계선 성격 장애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



경계선 성격 장애(境界線 性格 障碍)는 용어상의 의미 그대로 노이로제와 정신병의 경계선상에 위치해 있는 상태를 일컫는다. 이 성격의 특징은 '정서(情緖)의 절대적 불안정성'이다. 이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느낌이라 할 수 있는 자아상의 혼란과 혼동, 언제나 흔들리는 목표, 그리고 어떠한 상황이나 어떠한 장소에서도 늘 느끼는 '만성적인 공허감'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들은 언제나 "나는 무엇인가?",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며, 어떻게 될 것인가?"하는 문제로 시달림을 받는다. 대인관계에 있어서도 너무 가까워지는 것에 대해 무척 불안해 하지만 반대로 소원(疎遠)해지는 관계에 대해서도 견디지 못 한다. 그들은 치료의 장(場)에서도 지나치게 치료자에게 매달리다가도 그 정도가 불안을 유발시킬 정도까지 다다르면 엉뚱하게 화를 내며 치료를 거부한다. 그러다가도 한동안 지나면 다시 찾아와서 "잘 못 했다"며 관계의 개선을 요청하기도 한다. 모든 사회생활에서도 이와 같은 '스윙'은 계속된다.

그들은 가끔 - 남녀를 불문하고 - 술이 떡이 되게 마시고 난장판을 친 다음 다소간 조용해지기도 하나 그 역시 '절대적인 공허함'을 채우지는 못 한다. 또한 그들은 타인에 대한 의존성과 자기 확신 사이를 왔다갔다하며 충동성을 보이고, 때로는 기분파 같은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보통 사회생활이나 가정 생활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러나 그들 중 일부는 예능계와 같은 다소 독특한 영역에서는 성공을 거두는 경우도 있다. 그들에게 흔히 따라 오는 부수적인 문제는 알코올 남용, 약물 중독, 그리고 무분별한 성적 행동 등이며, 몸의 여러 곳에서 흔히 자해상이 발견된다. 합병증으로 단기 반응성 정신병, 반응성 우울증, 때로는 주요 우울증이 올 수 있다. 이 경계선 성격장애 환자가 반사회적 성격장애 환자와 다른 점은 본질적으로 옳고 그름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는 점과 타인에게 큰 피해를 주지는 않는다는 점, 본인이 훨씬 더 괴롭다는 점이다. 또 이들이 보이는 증상은 때와 장소에 따라 다양한 양상으로 바뀐다는 것도 특기할 만 하다.



29세의 여자 환자가 있었다. 작은 체구에 동그란 얼굴이 아주 귀염성이 있었다. 그녀는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 가출해서 술집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그 가출의 동기는 순전히 '무얼 해야 할지 모르는 공허한 느낌' 때문이었다고 말하였다. 죽도록 공부를 해서 성적이 상위권에 올라가도 그 허전한 기분은 채워지지 않았고, 부모님 몰래 밤중에 술을 마셔 봐도 그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어떤 돌파구를 찾는 기분으로' 가출했다가 술집으로 전전하게 되어 버렸다. 그녀는 취중에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담뱃불로 팔뚝을 지져 댔는데, 그 숫자가 워낙 많아 여름에도 소매가 짧은 옷을 입을 수가 없었다. 예쁘장한 얼굴을 보고 추근덕거리던 B급 건달들은 그녀의 팔뚝을 한 번 보고 나면 기가 팍 죽어서 말도 붙이지 못 했다고 한다. 그녀는 천사의 모습을 보이고 싶을 때면 예쁘장한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짓다가도 마녀의 모습으로 가고 싶으면 예의 그 팔뚝을 걷어붙이며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

아버지에게 붙잡혀 죽도록 두들겨 맞고 '실성해서' 입원한 그녀는 정신병 상태에서 회복한 후에는 경계선 성격장애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돌아갔다. 치료자에게 절대적인 복종과 흠모의 열정을 보이던 그녀는 어느 날 아침 갑작스럽게 "뭐 이런 병원이 다 있어?"라며 특유의 지랄침(Acting out)을 보였다.

그 후 일 주일이 채 못 가서 그녀는 울면서 "용서를 해주지 않으면 죽어 버리겠다"며 모든 것을 다 포용해 줄 것을 요구했다. 퇴원 후에도 그녀는 누군가를 만나고 사귀게 되면 그 사이가 가까워질수록 더 공허해지면서 견딜 수 없는 불안에 휩싸이다가 그 불안을 떨쳐 버릴 목적으로 격렬한 언행과 함께 그로부터 떨어져 나갔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잘 못 되고 있다는 공허한 느낌은 결코 없어지지 않았다. 방안에서 느끼는 공허함은 문밖으로 나서도 마찬가지여서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소주병을 들고 문턱에 걸터앉아 담배를 피워 물곤 했다. 예의 그 팔뚝을 걷어올리면서.


출처 : 천안신경정신과의원 http://www.digitalpsyche.co.kr/

my favorite property, Little Suzy's Zoo

지난 겨울인가.
이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야, 했더니 grungy가
에고 취향도! 이렇게 너덜너덜한 애를!, 정확하게 이렇게 말해서 충격먹은 적 있다.

하지만 얘네들 너무 좋지 않니?

보고 있으면 내가
머쉬멜로가 흐물흐물 녹고 있는 초코바가 된 거 같은 느낌이야  =ㅂ=






































ABO의 세계

A형


* 내성적, 완벽주의
* 의외로 외향적인 면모를 보이는A형도 꽤 있으나 (서비스형 유머와 이미지구기기, 리더쉽 등)
* 자신의 보여지는 면과 내면 사이의 갈등이 첨예하다고들 함 (A형들의 고백)
* 그래서인지 알콜중독자들 중에 A형의 비율이 높다는 통계가 있음.
* 우유부단 판단이서질않아 기회를놓치기도 함
* 이상주의자
* 인내심이 많으나 기본이 어그러지는 것에 대해선 가차없는 응징을 하기도
* 서비스 정신이 강하지만 한번 마음을 다치면 오래간다.
* 자기애와 자존심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하는.



O형


* 쾌활, 무난, 덤벙
* 낙천적으로 보이나 유비무환을 추구한다.
* 착하다. 남을 잘 받아들인다. 경계가 없달지 유연하다고나
* 이상적-현실적 양극단을 왔다갔다 한다.
* 정서적 스킨쉽을 중요히 여긴다. 여럿이 있을 때 전체 분위기에 책임을 느끼고 신경쓰는 형
* 비상한 기억력을 지닌 이들이 많다...고 한다.(사소한 것에서)
* 기분이 우울하면 몸도 함께 아파온다.
* 사람에 대한 믿음이 강하다. 배신을 느낄 때 심하게 좌절한다.
* 여간해서 화를 내지 않는 반면 한 번 화가 나면 정말로 무섭다.



B형


* 성급, 단순, 극단, 자기중심적
* 좀 망상적임. 창조적인 직업에 잘 맞는 형.
* 제 할말을 다 하고 살아야한다.(못하면 병남)
* 뒤끝은 없으나 즉흥적인 면이 있어서 남들에게 오해를 사기도 한다.
* 특히 선물을 좋아한다.(주는 것도, 받는 것도...)
* 결단이 빠르다. 질질 끄는 것을 싫어한다.
* 붙임성, 사교성이 뛰어나다. 그러나 변덕이 심해서 인기가 많거나 아예 자의로 외곬이 되거나 한다.
* 평소엔 산만한 편이지만, 좋아하는 것 앞에서는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준다. 좋아하는 감정을 숨기지 못한다.
*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한다. 진짜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기까지 한눈을 많이 판다.
* 의외로 사람들을 세심히 관찰하며 한눈에 파악해낸다. 마음만 먹으면 돗자리 까는 타입
* 대부분 (어떤 종류이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한다.
* 평소 떠들썩하다가도 갑자기 조용해지기 때문에 가만히 생각하고 있으면 사람들이 무서워한다.



AB형


* 사교적이며 봉사정신투철 계산이빨라 AB형거지는 없음
* 천재 아니면 바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불안정한 사람이 많다
* 알려진 것보다 현실적응능력이 우수하다.(특히 여자일 경우)
* 환상을 깨뜨리면 분노하기도 한다.(자신이 만든 환상일지라도...)
* AB형이 비만인 경우는 극히 드물다.(이유까지는 알수없다)
* 젊은 시절엔 사람들과 거리를 두지만, 늙으면 따뜻한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다.
* 경쟁을 싫어하고 포기가 빠르다. 거지도 없지만 큰 부자도 못된다.
* 알 수 없는 사람이란 말을 많이 듣는다.
* 지식의 깊이보다는 그 폭에 혀를 내두르게 한다.
* 아닌 척을 잘 한다. 특히 싫은 척. 왠만해선 거짓말도 잘 안 들킨다.
* 자기관리가 치밀하기 때문에 술주정이 거의 없다. 어쩌다 드물게 이미지구긴다 싶은 경우 꽤 볼만하다.
* 남들은 그렇게 안보는데 늘 자기 성격이 더럽다고 먼저 말한다.
* 대부분 오버를 안한다. 가끔 일부러 하는 오버가 있는데 좀 어설프다.
* 간혹 지구를 구하려고 하는 AB형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여건이 안될 경우 그런 '~맨'들을 숭배한다.




** 누구나 한번씩은 들어봤거나 아는 것들.  대부분 반 정도는 맞다고 생각할거야.
반쯤 맞고 반쯤 틀린단 건, 사실 아무 의미없다는 것과 다름 아니지만.
Guess what? What's my blood type?
Maybe it's easy to guess. I'm a model person of the type.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