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저물녘에 중얼거리다 ㅡ 이문재

우체국이 사라지면 사랑은
없어질 거야. 아마 이런 저물녘에
무관심해지다보면, 눈물의 그 집도
무너져버릴 거야. 사람들이
그리움이라고, 저마다, 무시로
숨어드는, 텅빈 저 푸르름의 시간

봄날, 오랫동안 잊고 있던 주소가
갑자기 떠오를 때처럼, 뻐꾸기 울음에
새파랗게 뜯기곤 하던 산들이
불켜지는 집들을 사타구니에 안는다고
중얼거린다. 봄밤
쓸쓸함도 이렇게 더워지는데
편지로, 그 주소로 내야할 길
드물다. 아니 사라만 진다.
노을빛이 우체통을 오래 문지른다
그 안의 소식들 따뜻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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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온전히 전해지지 못한 마음이 더 많아서
기쁨보다 슬픔에 공감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인지도 모른다.

상대의 닫힌 마음에 다쳐 피 흘리는 마음
비대한 자존심에 깔려 옴짝달싹 못하는 가련한 마음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황망하게 떠도는 마음

전해지지 못한 마음은 호러다.
사랑받지 못한다는 것은 공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