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닥속닥 일상 메모'에 해당되는 글 4

  1. 2009.08.27 보드게임 동호회 2
  2. 2009.07.30 뭘 모을까. 왜 모을까
  3. 2009.04.23 출산휴가를 마치고
  4. 2008.07.24 무릎팍도사에 나온 배철수

보드게임 동호회


오늘은 보드게임 동호회 점심모임 첫 날.

무료 급식의 컨셉에 맞게 회사지원금으로 피자를 먹으며 담소하고 간단한 게임을 하며 놀았다.
감히 오늘의 타이틀을 동호회 모임에게 내어주는 이유는 그만큼 즐거웠기 때문.

시간과 깜냥을 쪼개어 살아야하는 워킹맘에게 낭비가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무릇 사람이란, 이런 쓸모 없어보이는 소일거리에 가끔 시간을 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
워킹맘은 사랑을 몰아서 해주어야 한다.
아이에게 내줄 시간이 부족한 만큼 짧은 시간 동안 채워줘야 하고
남들은 사먹인다는 이유식을 만들어 먹이려면, 그만큼 잠을 줄이거나 내 시간을 줄여야한다.

이렇게 삶의 여유가 없으니, 어제는 술 좋아하는 문서방에게
마시고 뻗을 수 없는 현실이니 (육아와 회사일, 어느 것도 소홀하기 힘든 나 때문에 가사일은 주로 남편 몫이 된다)
그걸 안다면 자제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듣기 싫을 말도 해버렸는데
맞는 말이라도 배우자가 그런 말을 하면 매우 슬플 것 같다는 생각이 이제야 든다.

집에 가면 미안하다 말해주어야지.
좀더 사랑하는 마음으로.

뭘 모을까. 왜 모을까

내가 뭔가를 수집하는 취미를 갖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한 가지에 깊이 빠지기보다는 세상만사에 골고루 관심을 기울이는 성격이어서, 애초에 수집 취미는 내 적성에 맞지 않는 것이었으니까.

솔직히 뭔가를 수집해 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어릴 적엔 우표도 아주 잠깐, 성냥갑도 아주 조금 모아 보았고, LP판도 소량이나마 모아 보았었다. 하지만 어설픈 수집 취미들은 모두 금세 시들해졌다. 적성에 맞지 않는 것 외에도 여러 이유가 있었다.

첫째, 돈이 없었다. 웬만한 수집 취미는 다 어느 정도 돈이 있어야 한다. 둘째, 알고 보니 수집 취미에 대한 사람들의 평판이 별로였다. 수집 취미는 흔히 ‘광(狂)’ ‘벽(癖)’ 등으로 불리며 취미보다는 ‘집착’의 이미지를 준다. 누군가가 수집 취미를 갖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사람들은 흔히 ‘한량’ 또는 ‘유별난 욕심쟁이’를 떠올린다. 셋째, 수집을 좀 해보니 생각보다 기쁨이 없었다. 내가 가진 것들을 보며 뿌듯해지는 마음보다 내가 아직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더 컸던 것이다. 넷째, 이걸 왜 모으나 하는 질문에 답이 없었다. 수집 대상이 평소의 내 생활과 별로 관련이 없기 때문이었다.

한동안 아무것도 수집하지 않던 내가 다시 뭔가를 수집하게 된 것은 7~8년 전부터다. 그리고 지금은 나의 수집 취미를 아주 사랑하게 됐다. 앞에서 말한 수집 취미의 여러 단점과 무관한, 제법 괜찮은 취미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내가 선택한 수집 대상은 냉장고 자석이다. 관광지에서 기념품으로 팔리고, 많은 가게가 판촉물로 사용하고, 공연이나 행사의 기념품으로도 만들어지는 작은 자석들 말이다.

자석 수집 취미는 돈이 별로 안 든다. 부피가 작아 보관의 부담도 없다. 재산으로서의 가치가 전혀 없고 그 분야의 ‘명품’이랄 것도 없으니, 욕심도 커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좋은 건, 모든 수집품이 개인적인 ‘추억’과 연관돼 있어서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는 점이다. 냉장고에 붙어 있으니, 언제나 눈에 들어온다. 사진을 보려면 앨범을 꺼내거나 컴퓨터를 켜야 하지만, 자석들은 일부러 피하지 않는 한 수시로 과거의 즐거운 기억들을 불러일으킨다. 여행을 좋아하고 출장도 비교적 자주 가는 나의 라이프스타일과도 잘 맞는다.

사실 지금 우리 집 냉장고에는 자석이 하나도 붙어 있지 않다. 냉장고 앞문 전체를 거의 자석으로 채웠을 무렵 이사를 하게 됐고, 그때 안방과 작은방 사이의 좁은 벽, 흔히 ‘포인트 벽지’를 바르는 그 벽에 얇은 철판을 붙여 ‘자석 갤러리’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우리 집에 오는 모든 손님은 그 벽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곤 한다.

개인적인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결론은 간단하다. 수집 취미도 잘만 고르면 꽤 좋은 취미가 된다. 평범한 사람이 범접할 수 없는 거창한 ‘컬렉터’의 길이 아니더라도, 자신만의 소박한 수집 취미를 가질 수 있는 길은 아주 많다는 것이다. ‘욕심’만 버리면 된다. 혼자가 아니라 가족이 함께 모을 수 있는 것이면 더 좋다. ‘이야기’가 담겨 있는 물건이라면 더더욱 좋다. 눈에 잘 보이도록 집 안에 쉽게 ‘전시’할 수 있는 아이템이면 더 좋겠다. 어차피 우리가 모으고 쌓아야 할 것은 재물이 아니라 추억과 사랑이니까.

-박재영 ‘청년의사’ 편집주간·의사


이 분, 전 직장 상사였는데 정말 짧게 근무했던 곳이지만 꽤나 인상이 오래 남았다.
냉장고 자석 얘기는 언젠가 저녁식사 자리에서 나와 좋은 취미 아니냐며 꽤 반가워했던 기억이 있다.
문득 연락이 하고 싶어진다.

출산휴가를 마치고

음.. 다시 회사에 나와서...
아마도 좋은 것 같다.

특히 아침에 일찍 나와 하루치 일을 하고
'아 피곤해. 이제 쉬어야지'하는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생활이 마음이 든다.

그동안 얼마나 나른했던가.
시작과 끝이 없는 일상 속에서 피로는 피로대로 쌓이고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은 찌뿌둥함이 계속 됐었지.

으윽 근데 프로젝트는 싫어요.라고 대밭에 가서 외치는 심정으로 여기다 적는다. 조그맣게.

무릎팍도사에 나온 배철수

무릎팍도사에 나온 배철수는, 특유의 화법과 하고자 하는 말을 너무나 고수하는 나머지 좀 고루해보였지만, 평소 사모했던 모습 그대로 그 자리에 있어주었고 충분히 멋졌다.

그나저나 내가 좋아하는 어른들은 왜 하나같이 산신령처럼 생겼을까.

고생이 체화된 듯 만들어진 노년의 얼굴을 보면, 미추를 떠나 위대함 같은 걸 느낀다.

그런 얼굴을 보고 있으면, 깎이고 풍화되어 세월의 이끼가 끼고 문드러졌으나 어쩐지 너무 당당한 바위산을 마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된다.  마음이 짠해지는 이유는 거기에 저항의 흔적 같은 게 있기 때문이다.

그 얼굴은, 크고 험한 삶 앞에서 쉬이 순응하지 않고 본연의 모습으로 빳빳하게 살았다는 증거물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