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



10월 셋째주 일요일 오후, 유럽영화제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영화. '컨트롤'

한때 사진작가였다는 안톤 코빈이 애정을 담아 찍은 흑백 필름의 위력은 굉장했다.
이안 커티스로 분한 샘 라일리 역시 신인이라 믿기지 않을 만큼의 포스를 뿜는다.

영화는, 그의 알 수 없는 표정과 사색에 잠긴 옆선을 여러번, 꽤 오랫동안 정지 화면으로 선보이는데,
클로즈업된 화면을 보는 것 외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이안 커티스가 Joy Division의 보컬로 짧은 전성기를 보내고 목숨을 끊었던 나이는 23살.
영화를 다 보고나니 23살이라는 나이가 매우 놀라웠다.
짧은 생애에 비해서 그의 인생은 그것으로 충분해보였기 때문이다.
10살이나 더 먹은 내게 인생은 채워야할 것 투성이인데 말이다.

또한, 그 삶을 버티기엔 23살이라는 나이는 너무 적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가 죽음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삶에 눌리인 자아에 대해서도 받아들였겠지.
그리고 그런 음악들은 더이상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죽음 직전, 이안을 둘러싼 모든 것들이 나쁜 쪽으로 부풀어가고 있을 때, 터져나왔던 음악.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컴컴한 화면을 보고 앉아있노라니
아직 입에 붙지 않은 가사가 귓전을 빙빙 맴돌았다.

'Love will tear us apart'

이보다 더 암울할 순 없다.
삶은 죽을 맛이고 한없이 삽질해 땅 파고 들어가고 중인데,
사랑이 너를 또 한번 찢어놓을 거야...라고 말하는 지독한 정서.
(보통 그럴 땐 사랑이 한줄기 빛처럼 구원자 역할을 자청하지 않나)

"이건 운명이야, 거스를 수 없어"라고 결연히 말하며 이안은 청혼한다.
그러나 영원하리라 믿었던 그 사랑은 결국 의무감 가득한 짐짝처럼 그의 영혼을 구속한다. 예민한 완벽주의자인 그는, 잔인해지도 부조리를 눈감지도 못한 채 삶의 의미를 잃어만 간다.
아름다운 23살의 그에게, 그보다 무거운 건 없었으리.

안녕, 아름다운 이안.
네 삶은 그것으로 충분해. 너의 음악은 너만큼 아름다워.


이 영화의 여파로, 나는 이후 내내 우울하다...



Love will tear us apart

- Joy Division

When the routine bites hard
And ambitions are low
And the resentment rides high
But emotions wont grow
And were changing our ways,
Taking different roads
Then love, love will tear us apart again

일상이 가혹하리만치 조여오고
야망이 사라져만 갈때
분노는 치밀지만
감흥은 생기지 않을 때
그리고 우리가 각자 다른 길로 진로를 수정하고 있을때
사랑, 사랑이 우리를 다시 찢어놓을거야

Why is the bedroom so cold
Turned away on your side?
Is my timing that flawed,
Our respect run so dry?
Yet theres still this appeal
That weve kept through our lives
Love, love will tear us apart again

침실이 왜 이렇게 추운거지?
당신이 돌아누웠잖아
나의 타이밍이 틀린 건가?
메말라만 가는 우리의 관계
아직은 우리가 살아오면서 간직해온 이 수단이 남아있지만
사랑, 사랑이 우리를 다시 찢어놓을거야.


Do you cry out in your sleep
All my failings expose?
Get a taste in my mouth
As desperation takes hold
Is it something so good
Just cant function no more?
When love, love will tear us apart again

당신 잠이 든 채로 올고 있는 거야?
내 모든 단점들이 드러난 건가?
고착된 절망의 맛 같은 게 입 안에 느껴졌는데
그건 그저 너무나 좋은 무언가가
더이상 소용이 없어져버렸기 때문인가.
그때 사랑, 사랑이 우리를 다시 찢어놓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