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한 점의 오류도 없는 사상이나 단 한 톨의 진실도 담지 않은 사상은 없다. 사상의 자유가 필요한 건 바로 그 때문이다. 새로운 사상치고 처음에 '불온'하지 않았던 것은 없다. 세상을 보는 눈 가운데 어느 것이 옳은지는 상이한 여러 사상 사이에서 대립과 경쟁을 거쳐야 알 수 있다. 어떤 사상이 잘못된 것인지 아닌지를 선험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칭 '진짜 자유주의자'라는 유시민을 나는 좋아한다.
소위 '자유주의'를 추구한다는 10대 20대를 보냈고 내가 원하는 말을 너무도 자주 해주었기 때문에 유시민에 대한 애정은 자기애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상의 자유'를 피력하고 있는 그의 견해가 현실 정치에서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단지 이데올로기적인 편견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국가나 사회의 선택 보다 개인의 선택을 우선 존중한다는 그의 자유주의는 '시장주의'를 옹호하고 있다. "시장 경제를 기본 질서로 복수정당제를 기초로 한 대의민주주의를 정치적 원리로 인정하는 것은 이것이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을 보장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유시민 의원의 말이다.

사상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지만 모든 사상이 동등하지는 않다. 스포츠 경기를 보며 막연하게 약자를 응원하는 휴머니즘이, 사상 경주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누구나 자기가 깔고 앉은 땅 값이 올라가기 바라는 '입장(立場)'과 '소산(所算)'이 있고 사상은 여기에 기반하여야 한다.
정치판에서 입지는 생명력과 직결된다. 의원들은 입지를 위해 명분을 쌓고 수사학을 동원한다. 국회 한 복판에서 유시민 의원이 왕따가 되는 것도 그의 '튀는' 사상 이른바 '자유주의' 때문일런지도 모르겠다.

보건복지부 장관에 내정됐다는 '축하할 만한' 뉴스를 듣고, 나는 여론조사에서 반대표를 던졌다. 자유주의자, 나아가 시장주의 옹호자인 그가 양극화 해소의 핵심인 복지부에서 어떤 소신을 펼칠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대통령이 그마이 무리해서 저질러버린 거, 기대를 한번 해보자는 생각도 든다. 자유주의자, 꿈을 꾸는 정치가, 빛나는 상식을 가진 그에게 내심 바라는 바도 있다. 여야 통들어 파란이 일고 있는 그의 입각 논란을 이후 일거에 지워버릴 만큼 선정을 베풀어 주기를. 자유주의자의 다소 '순진한' 이상이 현실정치에 아름답게 펼쳐지기를. 그렇게 된다면 인생, 그래도 살만 하구나 생각하고 나도 열심히 살겠다.

“나는 한번 하기로 마음먹으면 진지하고 성실하게 제대로 하는 인간이다. 나는 ‘무늬만 자유주의자’가 아니고 자유주의 신념을 지키는 ‘진짜 자유주의자’가 되겠다. 처음 해보는 것이니까 결과가 어떨지는 아직 모른다. 일단 한번 해보고 마음에 들면 죽을 때까지 ‘자유주의자’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