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다'의 용례

<기다림 attente :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는 동안 별 대수롭지 않은 늦어짐 (약속 시간, 전화, 편지, 귀가 등) 으로 인해 야기되는 고뇌의 소용돌이>

1.
나는 어떤 도착을, 귀가를, 약속된 신호를 기다린다. 그것은 하찮은 것일 수도 있지만 아주 비장한 것일 수도 있다. 쇤베르크의 [기다림Erwartung] 에서는 밤마다 한여인이 숲속에서 그의 연인을 기다린다. 그러나 나는 다만 한 통의 전화만을 기다릴뿐이다. 하지만 그것은 동일한 고뇌이다. 모든 것은 엄숙하다. 내게는 크기에 대한 감각이 없다.

2.
기다림은 하나의 주문이다. 나는 움직이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다.
전화를 기다린다는 것은 이렇듯 한찮은, 무한히 고백하기조차도 어려운 금지 사항들로 짜여있다. 나는 방에서 나갈 수도, 화장실에 갈 수도, 전화를 걸 수도 (통화중이 되어서는안 되므로) 없다. 그래서 누군가가 전화를 해오면 괴로워하고 (똑같은 이유로 해서), 외출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면 거의 미칠 지경이 된다. 그 자비로운 부름을, 어머니의 귀가를 놓칠까봐 기다림 편에서 볼 때 이런 모든 여흥에의 초대는 시간의 낭비요, 고뇌의 불순물이다. 왜냐하면 순수한 상태에서의 기다림의 고뇌란, 내가 아무것도하지 않은채, 전화가 손에 닿는 의자에 앉아 있기만을 바라기 때문이다.

3.
내가 기다리는 사람은 현실적인 사람이 아니다.
젖먹이 아이에게서 어머니의 젖가슴처럼, 나는 내 필요와 능력에 따라 그를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또 만들어 낸다. 그 사람은 내가 기다리는 거기에서, 내가 이미 그를 만들어낸 바로 거기에서 온다. 그리하여 만약 그가 오지 않으면, 나는 그를 환각한다. 기다림은 정신착란이다. 전화가 또 울린다. 나는 전화가 울릴 때마다, 전화를 거는 사람이 그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는 내게 전화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서둘러 수화기를 든다. 조금만 노력을 해도 나는 그 사람의 목소리를 알아보는듯 하고 그래서 대화를 시작하나 이내 나를 정신착란에서 깨어나게 한 그 훼방꾼에게 화를 내며 전화를 끊는다. 이렇듯 찻집을 들어서는 사람들도 그 윤곽이 조금이라도 비슷하기만 하면 처음순간에는 모두 그 사람으로 인지된다. 그리하여 사랑의 관계가 진정된 오랜 후에도, 나는 내가 사랑했던 사람을 환각하는 습관을 못 버린다. 때로 전화가 늦어지면 여전히 괴로워하고, 또 누가 전화를 하든간에 그 훼방꾼에게서 나는 내가 예전에 사랑했던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듯하다. 나는 절단된 다리에서 계속 아픔을 느끼는 불구자이다.

4.
"나는 사랑하고 있는 걸까? -- 그래, 기다리고 있으니까."
그 사람, 그 사람은 결코 기다리지 않는다.
때로 나는 기다리지 않는 그 사람의 역할을 해보고 싶어 다른일 때문에 바빠 늦게 도착하려고 애써본다. 그러나 이 내기에서 나는 항상 패자이다. 무슨 일을 하든간에 나는 항상 시간이 있으며 정확하며 일찍 도착하기 조차 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숙명적인 정체는 기다리는 사람 바로 그것이다.

(정신분석학적 전이 (tranfert) 에서 사람들은 항상 기다린다 -- 의사, 교수, 또는분석자의 연구실에서. 게다가 만약 내가 은행창구나 비행기 탑승대에서 기다리고 있다한다면, 나는 이내 은행원이나 스튜어디스와 호전적인 관계를 맺게 된다. 그들의 무관심이 나의 종속 상태를 노출시키며 자극하기 때문이다. 타인과 공유해야 하며, 또내 욕망을 떨어뜨리거나 내 필요를 진력나게 하려는 것처럼 자신을 내맡기는 데시간이 걸리는 한, 현존에 나는 종속되어 있는 것이다. 기다리게 하는 것, 그것은 모든 권력의 변함없는 특권이요. 인류의 오래된 소일거리이다)

5.
중국의 선비가 한 기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 기녀는 선비에게 "선비님께서 만약제 집 정원 창문 아래서 의자에 앉아 백일 밤을 기다리며 지새운다면, 그때 저는선비님의 사람이 되겠어요." 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흔 아홉번 째 된던 날 밤 선비는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를 팔에 끼고 그 곳을 떠났다  

-롤랑바르트, <사랑의 단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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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나는.
'좋아해, 사귀자'라고 하는 대신 '기다릴게'라고 말하였지.
아마 더 많이 주고 싶고 희생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그렇게 말했을 거야.
아주 오래 전 얘기지만 한번도 그걸 잊은 적 없어.

기다린다는 것. 그게 어떤 의민지 갑자기 말하고 싶어졌는데
너에게 그렇게 말했을 때 써놓았던 글을 한번 찾아보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