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사이여행기① … 첫날, 머나먼 유잔소

6월 31일 금요일. 어둡고 축축한 아침.
여행 간다는 실감이 나지 않을 만큼 집을 나서는 마음은 담담했다.
아직 일상은 가까워 잔뜩 두고 온 일감이 아직 마음을 붙들고 있었고, 갈 곳은 멀었기 때문일까.
인천공항 리무진안은 컴컴하고 졸렸다.

교토와 오사카를 2박 3일만에 다녀오는 이 여행패키지의 컨셉은 '일단 쉬어라'는 것 같다.
항공권과 숙소만 정해져있는 자유여행인데, 보통 2박 3일 일정을 꽉 채워 짜는 자유여행객들에게는 맞지 않는 구성이다.  간사이 공항에서 오사카는 가뜩이나 가깝지 않은 거리인데, 첫날 묵을 숙소가 무려 교토에서도 북동쪽으로 한참 올라가야 있는 비와코(비파호) 주변의 전통여관이라니.

10시 비행기를 타고 일본까지는 고작 1시간 40분이면 가는데, 정작 일본땅에 도착해 공항에서 숙소까지 3시간 이상 걸려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면 오후 3시가 훌쩍 넘어버리는데 교토 도심에 있는 주요 유적지는 오후 4시면 문을 닫아버리니 첫날은 무조건 여관에서 온천하며 쉬는 수 밖에 없다.

교토, 오사카가 처음인 나는 좀 억울하긴 했지만, 그래도 갓 들어간 직장에 적응하느라 피곤에 푹 절어있던 몸을 쉬는 것도 좋겠지,하며 자위했다.


공항 가는 길 - 김포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넘어가는 고속도로 풍경은 사실 꽤 멋지다.  
하지만 여행이 끝나고 나면 어김없이 잊어버리게 되기 때문에, 이번엔 사진을 찍었다.
잊지 말아야지, 하고.
사진을 찍으면서 여행 실감이 조금씩 난다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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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간사이 공항發 10시 비행기

비행기를 타고 정말이지 금방이었다. 기내식 탓인지 제주도행보다도 짧은 것 같았다. 눈 앞에 비디오 수신기를 만지작거리고 여행지 지도를 보고 하다보면 어느덧 기내식. 기내식으로 배를 채우고 커피 한 잔 시켜 기내 땅콩과 함께 먹다보면 어느덧 착륙 어나운스를 듣게 된다.    


아아 일본땅이다- T^T

대류권계면을 날던 비행기가 서서히 하강하면서 구름 아래 세상이 눈에 들어온다.
떠나던 날 서울날씨가 너무 궂어 여행 내내 이런 날씨면 어쩌나 노심초사했는데,
날씨가 쾌청하게 맑아 위성 화면 같은 세상이 맨눈에 보였다.
디카로 비슷비슷한 사진을 20장은 찍은 걸 보니 흥분했던 듯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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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사이 공항에서 내려 미리 예약해뒀던 JR 간사이 패스(1일 ¥2000)을 찾아 교토행 급행열차 하루카'를 탔다.

JR 간사이 패스는, 일정 기간동안 JR 열차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여행객 특별 승차권.
JR 일일승차권을 이용하지 않고 하루카 승차권을 사면 ¥2980으로 무려 ¥1000엔이나 비싸다. 간사이 공항에서 교토역까지 하루카를 타면 1시간 20분 정도 소요된다.
리무진이나 일반 열차를 타면 ¥2300엔으로 그닥 절약도 안 되고 시간은 2시간쯤 걸리는데, 급행을 타는 게 여러 모로 낫다 싶었다. 교토역에 도착하면 그걸로 끝이 아니라 시가현에 있는 숙소까지는 또, 열차를 갈아타고 들어가야 했다. 비와코 주변에 있다는 숙소는 교토에서도 외곽이라 도심 지도에도 안 나와있어 불안불안-  


교토역에서 갈아탄 코사이센(湖書線) 열차 안.
1호선 국철과 비슷한 분위기인데 금요일 오후 2시 열차 안은 꽤나  한산했다.


교토역에서 20여 분을 달려 도착한 오코토역.
이 곳에서 유잔소 무료 송영 버스를 탈 수 있다 했다.  


오코토역 주변 주차장.

간사이 공항에서 숙소로 가며 내내 든 생각인데.. 일본은 주차환경이 매우 최적화된 나라라는 것.
우리나라 자동차에 익숙한 내 눈에는 앞뒤를 잘라낸 듯 생기다만 소형차들이 반듯하고 여유있게 놓인 모습이 갓길 주차가 난무하는 서울과 비교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