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더 쨍한 사랑 노래 ㅡ 황동규

더 쨍한 사랑 노래 ㅡ 황동규


그대 기척 어느덧 지표(地表)에서 휘발하고
저녁 하늘
바다 가까이 바다 냄새 맡을 때쯤
바다 홀연히 사라진 강물처럼
황당하게 나는 흐른다.
하구(河口)였나 싶은 곳에 뻘이 드러나고
바람도 없는데 도요새 몇 마리
비칠대며 걸어다닌다.
저어새 하나 엷은 석양 물에 두 발목 담그고
무연히 서 있다.
흘러온 곳 반대편이 그래도 가야할 곳.
수평선 있는 쪽이 바다였던가?
혹 수평선도 지평선도 여느 금도 없는 쪽?





-- 존재가 휩쓸릴 만큼 사랑했던 사람, 삶의 지표였던 그 사람을 놓쳐버리고나면,
내가 있는 여기가 어디며 세상천지 내가 있을 곳은 어딘지 몰라
헤어진 지점에서 한참 서성이게 된다.
"사랑했던 그(녀)와 함께 왔던 길 반대편으로 가야겠으나..
여기가 어딘지조차 모르겠으니 황망할 뿐이다."

하~ 시가 있어서 힘들어도, 아파도, 상처입어도, 슬퍼도.. 다행이다.